사진= 광진경찰서 제공
두 딸을 가진 아빠로서 작금의 현실이 몸서리치도록 싫다.
하지만 내 딸들에게 기사의 내용처럼 누가 납치를 시도하면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고 "그만하세요, 신고할거에요"라고 하라고 시킬지는 의문이다. 이런 행동이 납치범을 자극해서 생각지도 않았던 극단적인 행동을 야기할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극을 받은 납치범이 그 자리에서 아이를 가해하고 핸드폰을 빼앗아 가버렸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이들의 핸드폰에는 사진을 찍으면 바로 사진이 특정 웹사이트(부모가 확인할수있는)에 전송/저장되는 기능이 의무적으로 있어야한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 위협을 느껴 사진을 찍으면, 핸드폰을 빼앗기더라도 증거는 부모에게 남아있다는 것을 우리 사회전체가 인식하게 할수만 있다면, 아이들에 대한 나쁜의도를 가진 시도들을 많이 줄일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4학년 여학생이 침착하고 단호한 대처로 다른 초등학생의 납치를 막은 사실이 드러나 '살아있는 교훈'으로 회자되고 있다. 2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모 초등학교 4학년 P양은 40대 남성이 또래 아이들의 팔을 끌고 가려고 하자 휴대전화기로 사진을 찍고 112에 즉각 신고해 피의자가 놀라 달아나게 했다.
P양은 경찰 조사에서 "누가 납치되는 건 불행한 일이기 때문에 나는 '그만 하세요', '신고할 거에요'라는 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납치시도 피의자인 김모(41)씨가 학교 앞에서 "내가 네 아버지"라며 한 초등학생들의 팔을 잡아 끌었으나 다른 학생들은 대책 없이 주변에서 웅성거렸고 어른들도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던 상황에서였다.
P양은 "어떤 아저씨가 한 남자 아이 팔을 끌고 가려고 하는데 그 아이가 팔을 뿌리쳤다. 아저씨가 다른 남자 아이의 팔을 잡았는데 또 뿌리치니깐 내 옆에 있던 여자애 팔을 잡았다. 그래서 소리 치면서 사진을 찍고 신고했다"고 말했다.
P양이 휴대전화기 사진을 찍고 112를 호출하자 김씨는 당황한 나머지 현장을 황급히 떠났고 P양은 김씨의 옆모습이 담긴 화면을 침착하게 저장했다.
P양은 경찰관들을 기다렸다가 저장한 사진을 출동 경찰관 다수에게 무선으로 전송했으며 경관들은 사진에 드러난 김씨의 인상착의를 토대로 주변을 탐문하던 중 현장에서 200m 떨어진 골목에서 신고접수 10여분 만에 김씨를 체포했다.
경찰은 김씨가 실제로 납치 의도를 갖고 있었는지 여부를 떠나 P양의 신속하고 단호한 대처가 아동 납치를 방지하는 생생한 교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P양의 대처는 낯선 사람이 말을 거는 걸 보면 일단 내가 아니라도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는 점, 유인하려고 하는 등 수상한 행동을 하면 '하지 말라'는 말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점, 상황이 위험국면으로 접어들기 한발 앞서 적극적으로 신고해 범행을 방지해야 한다는 점 등을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