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아내의 할머니께서 돌아가셨는데 향년 101세 셨다. 큰 병 없이 백세를 살아내셨다. 사망신고를 하러 동사무소에 갔더니 그 동네 최고령 어르신이 107세라고 했다고 한다. 101세를 사신 할머니께서 그 동네 넘버 7번이었다.
집무실 한 쪽 벽에 100년 달력을 세워 두었다. 츠카코시 히로시의 ‘오래가려면 천천히 가라’ 는 책에 소개된 100년 달력을 보고 일본에 가서 구해온 것이다.
100년 달력에는 언제가 될지 모르는 그 날이지만 여려 분이 죽을 그 날이 들어있으니 한정된 그 시간 동안 자신의 능력을 100퍼센트 활용하여 열심히 일하고 즐겁게 살라고 독려한다. 빈둥거리며 낭비하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다고 강조한다.
"100년 달력 안에는 분명히 여러 분이 죽는 날도 들어 있습니다. 그 날이 이 달력 안에 들어 있다는 사실만은 확실합니다 ... 그러므로 주어진 시간 동안 자신의 능력을 100퍼센트 활용하여 열심히 일하고 즐겁게 살아야 합니다. 빈둥거리며 낭비하기에는 인생은 너무 짧습니다.
나는 83세가 되는 해 5월에 동그라미를 그렸다. 건강하게 살다가 이 쯤 생을 마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100세 시대 라지만 100세까지 건강하게 경제적으로도 쪼들리지 않게 살 수 있을까? 내가 은퇴하는 시점이 정확히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만 해도 충분하다고 감사하게 여기고 있다. 만약에 몇 년 안에 은퇴하게 된다면 나는 30년을 소득없이 살아내야 하는 것이다. 준비되지 않은 100세는 축복일 수 없다. 백년 달력에 호기롭게 동그라미를 그리고 이 때까지만 살면 그럭저럭 즐기며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최근 조사된 5060들의 '은퇴' 관련 연관어가 불과 8년 전 조사된 연관어와 비교해 보아도 과거와는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 특이한 연관어가 '취업', '일자리', '경쟁'이다. 60대면 여전히 40년을 더 '계획'해야 하는 세대가 되어버렸다.
또 하나 재밌는 것이 '여생'이라는 키워드가 '은퇴' 연관어에서 사라져 버렸다는 것이다.. 여생으로 치부하기엔 기간이 너무 길어져 버렸기 때문이다.
나를 비롯한 이 시대의 청년(?)들은 '시간은 금이다'라는 말을 한평생 금과옥조로 여기며 살아왔다. 하지만 여생으로 치부하기엔 꽤 긴 시간을 살아야 하는 지금은 다르다. 긴 세월을 어떻게 사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고민도 연구도 없었다. 갑자기 생긴 공강시간만 해도 뭘 해야 할지 몰라 어쩔 줄을 몰랐다면, 갑자기 생긴 여생 30년을 미리 계획하고 준비하는 지혜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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