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에서 21세기는 특별한 시대다. 두 개의 혁명, 인공지능혁명과 장수혁명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을 사는 우리는 인공지능·로봇과 공존하면서 120세를 사는 첫 세대로 기록될 것 같다. 이런 미래를 생각하면서 이번 연말연시에는 우리 인생 전체를 전망하고 설계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그런 작업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우리 각자의 인생 전체를 설계하는 간단한 세 가지 방법을 소개해보고 싶다. 첫 번째는 자기 설명서다. 종이 한 장을 준비해서 나의 장점, 나의 좋은 습관, 내가 행복할 때, 내가 하고 싶은 것을 25개씩 적어본다. 100개의 텍스트로 자신의 강점과 지향점을 정리해보는 셈이다. 한두 시간을 투자하면 나를 알고 나를 찾는 데 큰 도움을 주는 마법의 종이 한 장을 만들 수 있다.
두 번째는 100년 인생달력이다. 달력이라고 하면 1년을 표시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나의 인생 100년을 한 장의 종이 위에 달력처럼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1961년생인 필자의 경우, 종이의 왼쪽 위에 1961년을 쓰고 2010년까지 내리 50년간의 연도를 써 내려간다. 다음에는 오른쪽 위부터 아래로 2011년에서 2060년까지의 50년을 쭉 쓴다. 그러면 나의 100년 인생달력의 틀이 완성된다.
그다음에는 내가 살아온 시간 속에서 나에게 가장 중요했던 나의 역사를 그 속에 간략히 기록한다. 어느 학교에서 어떤 전공을 했고, 어디에 취직해서 무슨 성취를 이루었고, 그동안의 내 인생에서 어떤 큰 사건이 있었는지 핵심 내용을 간단히 기록해본다. 다 적고 나면 오른쪽 편으로 커다란 공백이 생기는 걸 발견하게 된다. 내가 앞으로 살아갈 수십 년의 시간을 빈 공간으로 보여주는 것이다.나의 100년 인생달력이라는 이 한 장의 종이를 눈앞에 두면, 인생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지나온 과거도 중요하지만, 여백으로 남아 있는 나의 미래 시간을 어떻게 채워가면 좋을지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는 노력을 하게 만든다. 그런 점에서 이 인생달력도 나의 과거를 정리하고 나의 미래를 찾아가는 마법의 종이 한 장이다.
세 번째는 인생 비전서다. 독자에게 묻고 싶다. 자신의 인생 비전서를 써본 적이 있느냐고. 필자는 운 좋게 다른 사람의 인생 비전서를 훔쳐본 덕분에, 54세가 되던 2014년에 나의 인생 비전서를 작성해보았다. 열 줄 남짓한 간단한 내용이었지만 8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그때 만든 인생 비전서가 현재의 필자를 이끄는 나침반 역할을 하고 있다.
자신이 스스로 작성해보는 인생 비전서는 생각보다 힘이 세다. 나의 인생에서 무엇을 성취하고 싶고, 나 자신이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에 대한 소망과 의지를 담은 인생 비전서는 각자 인생의 등대가 될 수 있다. 인생 비전서를 실제로 작성하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일 수 있지만, 짧게 몇 줄이라도 적어볼 것을 권한다. 일단 조금이라도 써보면 완성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시작은 반 이상의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자기 설명서, 100년 인생달력, 인생 비전서. 종이 몇 장에 불과하지만, 나를 찾고 나를 만들고 나를 이끄는 최고의 인생 길잡이가 될 수 있다. 저물어가는 12월에 나의 미래를 밝혀주는 인생 디자인 3종 세트를 꼭 한번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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