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의 명수, 신지애(20)가 LPGA 메이저의 하나인 브리티시 오픈에서 우승컵을 안았습니다. 신지애는 마지막 라운드에서 일본의 후도 유리를 극적으로 역전시키며 세계 지존으로 우뚝 섰습니다. 퍼펙트에 가까운 숏게임보다 미소를 잃지않는 천진난만한 모습이 더욱 사랑스러운 국민여동생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래의 레터를 잃고나니 그녀가 더욱 사랑스러워 보이네요.
이
아래 글은 "이성주의 건강편지"라는 의학전문컬럼리스트의 이메일 레터입니다.
신지애 선수가 샷을 할 때 TV 화면 자막에 ‘우승을 하면 2004년 교통사고로 별세한 어머니에게 영광을 바친다’는 내용의 영어 자막이 나오더군요.
그녀는 마지막 홀에서 파 퍼트에 성공한 뒤 퍼터를 쥔 손을 올린 채 고개를 뒤로 젖히고 눈을 감았습니다. 하늘에 있는 어머니의 얼굴을 떠올렸겠죠? 저도 핑~ 눈시울이 뜨거워지더군요.
신 선수는 중3때인 2003년 11월 오후 운동연습을 마치자마자 아버지로부터 끔찍한 전화를 받았습니다. 전남 목포의 이모 회갑연에 가던 어머니의 승용차를 빗길에 미끄러진 25톤 트럭이 덮쳤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어머니는 끝내 병실에서 숨을 거뒀고 두 동생은 기적적으로 살아남았지만 온몸이 으스러진 상태였습니다. 시골 교회 목사였던 아버지의 월급은 85만원. 신 선수는 1년 남짓 병실의 간이침대에서 자면서 운동을 했습니다. 두 동생이 퇴원하면서 보증금 1000만원, 월세 15만원의 단칸방으로 옮겨 3년 남짓 네 식구가 부대끼며 살았습니다. 그는 언젠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동생들의 엄마가 돼야 했습니다. 제가 약해지면 안 되잖아요? 주위의 도움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골프도 더 잘 쳐야겠다고 생각하고 연습에 매달렸습니다.”
그녀는 별명 ‘미소 천사’에 어울리게 늘 웃습니다. 이번 브리티시 오픈에서도 싱글벙글, 때로는 혀를 날름거리며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해설자가 “갈수록 더 어려지는 것 같다”고 농담을 했습니다.
그녀는 매년 거액을 불우한 환경에 있는 사람에게 써달라고 내놓습니다. 이런 예쁜 마음은 타고나는 것일까요? 최인훈의 소설 <가면고>의 착한 공주가 떠오를 정도입니다.
그녀는 또 역경을 이겨낸 자신감 때문인지, 심리전에서 밀리지 않기로 유명합니다. 이번에도 후도 유리를 심리전에서 완전히 압도하더군요. 그래서 별명이 ‘심장 없는 골퍼’ ‘역전의 명수’입니다.
신 선수는 자신의 성공 비결로 꾸준한 연습과 긍정적인 생각을 꼽습니다. 자신의 불행을 남 탓으로 돌리고 사회를 저주하는 많은 사람에게 신지애의 얘기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다른 주제로 편지를 쓰려다 신 선수가 선전하고 있다는 소식에 오전 2시까지 경기를 보고 신 선수의 얘기를 썼습니다.
오늘은 너무나 기쁘고 감동적인 날입니다. 신 선수의 예쁜 마음, 긍정적인 마음에 여러분 모두가 전염됐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