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당 가격이 획일적으로 책정된 온라인 비디오 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뀐다.
워싱턴포스트 등 주요 매체들은 미국의 대표 유료 케이블 채널 HBO가 애플 아이튠스 스토어에 자사 인기 콘텐츠를 제공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자사 주문형(On Demand) 서비스 가입자에게만 온라인 콘텐츠를 제공해온 HBO의 아이튠스 입점은 온라인 비디오 시장 활성화에 상당한 호재다.
무엇보다 2주 안에 끝날 것으로 보이는 이번 협상의 주요 내용에 ‘가격 차등화’가 담긴 것으로 알려져 업계의 지대한 관심을 끌고 있다.
그동안 애플은 아이튠스에서 제공하는 TV 프로그램 가격을 편당 1.99달러로 통일하면서 콘텐츠 공급자들의 반발을 샀다. 9개월 전 NBC는 애플과 콘텐츠 공급 협상을 진행하다가 ‘가격 차등화’를 놓고 이견을 보이며 아이튠스에서 모든 TV 프로그램을 철수하기도 했다.
때문에 이번 협상은 애플이 한 발 양보한 형국이다. 애플 입장에서는 아이튠스 음악 서비스가 600만곡이 넘는 콘텐츠를 확보하고 원스톱 상점으로 인기를 끌어온 반면 비디오 분야에서는 포트폴리오를 확실하게 구성하지 못하고 고전함에 따라 대안을 찾을 수 밖에 없었다.
애플의 태도 변화는 여타 방송사와의 협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미 NBC가 영국 아이튠스 스토어에 콘텐츠 공급을 재개했다. 과거 프로그램은 1.10 파운드에 최신 프로그램은 1.89 파운드에 공급중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애플이 ‘가격 차등화’의 문을 연 이상 NBC가 미국 아이튠스에 콘텐츠를 공급할 날도 멀지 않았다고 관측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모두 담고 있다. 가격 체계에 대한 애플의 유연한 태도 변화로 보다 많은 영상 콘텐츠를 아이튠스에서 이용할 수 있게 됐지만 콘텐츠 공급자의 요청에 따라 일정 부분 가격 상승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애플이 모든 가격을 통제하던 때와 달리 콘텐츠 공급자들이 시장 논리에 따라 가격을 조정할 수 있게 됐기 때문에 온라인 비디오 서비스가 새로운 발전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은 고무적으로 평가받는다. /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