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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력(裸力, naked strength)

Leadership

by nerdstory 2020. 5. 18.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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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창통이라는 최고경영자 과정에서 공부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지훈 교수의 책 [혼창통]에서 따온 건데요. 혼창통 과정의 첫 수업이 윤석철 교수님의 강의였습니다. ‘天時, 地利, 人和로 풀어본 경영’이란 주제였습니다.  윤 교수님께 ‘나력(裸力)’의 정의를 저자직강으로 들으며 깊이 감동했습니다. 

 나력이란 ‘벌거벗은 힘’으로 해석되는데, 이는 사람이 지위나 돈, 권력 같은 물질적인 것을 다 벗은 후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 힘을 의미합니다. 나력이란 말은 영국의 시인 알프레드 테니슨 경의 시에서 유례했습니다. 테니슨 경의 저택 앞에는 큰 참나무 한 그루가 서있었는데, 테니슨은 인생을 달관한 경지에 이른 82세의 나이에 쓴 참나무라는 제목의 시를 통해 “인생을 참나무처럼 살라”고 당부합니다. 그는 참나무의 겨울을 인생의 노년기에 비유하면서, 겨울의 참나무는 잎을 다 벗지만 ‘적나라한 힘’을 가진다고 예찬합니다. 참나무가 입고 있던 옷을 다 벗은 뒤에도 남아 있는 힘을 테니슨 경은 ‘벌거벗은 힘’ 즉 ‘naked strength’라고 했고, 윤 교수님은 이를 ‘나력(裸力)’으로 번역했습니다.

 

 예를 들어 권력을 휘두르던 정치가가 권력이라는 옷을 벗은 뒤, 즉 직책을 그만 둔 뒤에도 국민의 존경을 받을 수 있다면 그는 나력을 가진 셈입니다. 전직 대통령이나 정치인, 유명인들이 온갖 스캔들에 휘말리는 요즘 세태를 보면, 나력을 가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잘 알 수 있지요. 직장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직장의 시스템과 네트워크를 떠난 후에도 후배들과 동료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나력이 필요합니다.

윤 교수님은 2006년 서울대 정년퇴임 고별 강연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답니다.

 

 나력은 인생을 올바르게 관리하기 위한 조건이다. 잎이 지고도 늠름한 둥치와 굳건한 가지를 가진 나무처럼 기업이나 개인도 외부에 기대지 말고 자기 고유의 힘, 즉 나력을 길러야 한다

 

이는 피터 드러커가 말한 ‘목적을 위한 경영’과도 통하는 개념입니다. 기업 경영 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에서도 진면목은 ‘옷 벗은 후의 힘’이 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지금의 지위와 돈을 모두 벗어던졌을 때도 과연 지금만큼의 대우와 존경을 받을 수 있을까요? 

 

마지막으로 나력이란 말의 원천이 된 테니슨 경의 시를 소개합니다.



참나무
 
젊거나 늙거나
저기 저 참나무같이
네 삶을 살아라.
봄에는 싱싱한
황금빛으로 빛나며
여름에는 무성하지만
그리고, 그리고 나서
가을이 오면
더욱 더 맑은
황금빛이 되고
마침내 나뭇잎
모두 떨어지면
보라, 줄기와 가지로
나목 되어 선
발가벗은 저 ‘힘’을.

 
The Oak
 
Live thy Life,
Young and old,
Like yon oak,
Bright in spring,
Living gold;
Summer-rich
Then; and then
Autumn-changed
Soberer-hued
Gold again.
All his leaves
Fall’n at length,
Look, he stands,
Trunk and bough
Naked strength.

윤석철 서울대 명예교수

#魂創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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