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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으나 마나한 리더가 최고다

Leadership

by nerdstory 2023. 11. 25.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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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리더는 똑똑하고 부지런한 똑부 리더가 아니라 똑똑하고 게으른 똑게 리더이다. 주변에 똑부 리더가 너무 많다. 아니 대부분이 그렇다. 다 들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을 만큼 바쁘다. 일이 많아서 부지런할 수 밖에 없는 측면도 있지만 자신이 나서지 않아도 좋을 일에 나서기 때문에 바쁘다. 쓸데없는 일을 많이 떠안고 그런 일에 시간을 많이 쓴다. 

올해 김 모 팀장의  '팀장 리더십 진단' 중 구성원이 주관식으로 응답한 내용 중 일부인데, 팀장의 오지랖 넓은 부지런함에 대한 아쉬움들을 토로한다.


'헌신적인 업무 진행, 시장에 대한 이해력, 현실에 맞는 의사결정, 솔선수범을 통한 리더십 발휘, 짧고 간략한 회의 진행, 팀원의 인격적 존중 등 많은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명확하지 않은 유관부서간의 R&R 상황 발생 시 대부분 팀에서 처리하는 프로세스 결정으로 인해, 팀 자원의 일부 유출사례가 발생하여, 팀 내 KPI 달성 등에 집중할 수 있는 자원손실이 발생되기도 합니다'

'업무에 대한 자기 완결적 처리 및 인접 부서와의 협업에 대한 책임감이 너무 강하다 보니, 타 조직의 부탁을 외면하지 못하고 업무를 지나치게 본인이 끌어안는 경향이 있음'


우선순위가 잘못된 경우도 많다. 안 해도 좋을 회의도 많이 한다. 열심히 살면서도 여유가 생기면 잘 못 살고 있는 듯한 죄책감을 느끼기고 불안해 한다. 빡빡하게 사는 것이 선이라고 착각하고 산다. 리더는 지름이 큰 톱니바퀴이고 팀은 작은 톱니에 비유할 수 있다. 큰 톱니가 빨리 도니 그 밑에 수많은 톱니들은 정신없이 돌다 지쳐 쓰러진다. 도대체 왜 이렇게 바빠야 하는지 이해도 하지 못한 채 열심히 돈다. 그렇게 정신없이 살다 보니 바쁜 이유도 모른다. 습관이 되면 "내가 없으면 지구는 돌지 않을 것"으로 착각까지 한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의 "who's got the Monkey"라는 제목의 기고에서는 책임과 업무를 '원숭이'에 비유한다. 팀장은 업무, 즉 원숭이를 정의한 후 팀원에게 원숭이를 관리하도록 맡겨야 한다. 팀원들은 "이것 좀 검토해주세요." "이 경우에 대해서는 판단이 안됩니다."' 등의 말로 질문을 하거나 도움을 청한다. 그 순간 팀원 어깨위의 원숭이는 팀장에게 넘어간다.

팀장이 팀원의 원숭이를 도와줄 수는 있겠지만 원숭이를 직접 관리하면 안 된다. 원숭이를 키우는 팀원들을 관리하는 것이 팀장의 역할이다. 
신임 팀장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 여기에 있다. 실무적으로 똑똑하고 부지런함을 인정받아 승진을 했으니 팀장이 된 후에도 자신있는 건 뛰어난 실무 능력이다. 자신이 잘하던 실무 능력을 뽐내다 보면 급한 마음에 팀원의 원숭이를 빼앗기도 한다. 
팀원들이 자신에게 업무를 맡기는 것은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으며, 이로써 지배력과 통제력을 느끼게 될 수 있다. 그러나  팀원의 원숭이를 가져와 아무리 빠르게 대신 처리해주어도 팀 성과에 원숭이 1마리를 더한 결과일 뿐이다.  따라서, 팀 내의 모든 구성원이 원숭이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분배하도록 지원하며, 필요하다면 팀원 간에 원숭이의 수를 조절하여 팀의 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다. 물론 진두지휘, 솔선수범의 열정을 발휘할 때가 있지만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를 해결하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지 구성원들의 일을 대신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오케스트라 지휘자는 정작 무대에서 아무 소리도 내지 않습니다. 지휘자의 파워는 단원들을 얼마나 파워풀하게 만드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제 일은 다른 이들의 능력을 일깨우는 것입니다." 이는 보스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벤저민 젠더(Benjamin Zander)의 말이다. 

회의나 면담을 마칠 때마나 습관적으로 혼잣말로 질문을 한다. "내 어깨에 남아 있는 원숭이가 있나?"

반면 똑게 리더들은 어떻게 하면 팀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 것인지 생각한다. 회사가 부당한 요구를 하면 부하들을 위해 인간 방패가 되어서라도 팀이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그 다음에는 간섭하지 않고 맡기고 참고 지켜보는 것이 일이다. 그래서 그들은 늘 여유가 있다. 

직장인들의 푸념엔 이런 말이 있다. "도대체 소는 누가 키우냐?" 현장에서 소를 키우는 것(일이 잘 돌아가도록 하는 것)은 구성원이다. 결국 그들이 얼마나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판을 제공하느냐에 달렸다. 
'좋은 경영진이란 구성원들이 가장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도록 길 위의 장애물을 제거하는 사람'이라고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이 강조했다. CEO를 포함한 경영진들이 해야 할 일은 구성원이라는 손오공이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도록 부처님의 손바닥을 점점 더 크게 만드는 것이다. 구성원이 마음껏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판을 만들고 고객에게 지지를 받는 것이 기업의 힘으로 직결된다.
현장에서 세세한 일을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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