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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은 과연 신뢰의 플랫폼인가

Block Chain

by nerdstory 2018. 7. 3.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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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만 해도 끝 없이 상승할 것만 같던 암호화폐 시장이 맥을 못 추고 있다. 
그간 많은 암호화폐들이 사업의 펀더멘털(Fundamental) 보다는 투자자들의 막연한 기대심리에 의존하여 시장 가격을 형성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것이 원인이라면 지금의 하락세는 거품이 빠지는 일종의 조정 과정일 수도 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암호화폐 사기, 거래소의 횡령과 해킹 등 부정적 이슈가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고 있다. 얼마 전 월스트리트저널은 전체 ICO 프로젝트 중 18%가 사기라는 분석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이런 부작용에 따라 각국 정부의 암호화폐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는 점도 하나의 요인이 될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의 가장 혁신적인 면이 바로 분산 원장 개념에 의한 탈 중앙화로 정보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고, 분산 합의 알고리즘에 의해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인데 시장에서는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일까? 
 
블록체인이 보장하는 투명성과 신뢰성은 암호화폐의 거래 내역과 같이 블록체인 위에 기록된 정보에 대한 것일 뿐 암호화폐를 구입하는 대가로 지불된 돈 자체에 대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정상적이라면 암호화폐 발행을 대가로 투자된 돈은 건강하게 사업을 운영하여 수익을 창출하는 데 활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정말 투명하게 돈이 쓰이고 있는지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대부분의 경우 위험을 감수하고 암호화폐 발행자를 신뢰할 수 밖에 없다이러한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 ICO를 추진하는 많은 플랫폼들은 비영리 재단을 통해 공익적으로 자금을 집행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비영리 재단이라고 해서 공익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탈세와 자금 세탁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도 많다.
 
거래소 문제도 있다. 거래소 자체는 블록체인 기반으로 구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블록체인의 보안성과 신뢰성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거래소는 아직까지 법의 테두리 안에 들어와 있지 않다 보니 해킹이나 횡령, 파산과 같은 위험에서 투자자를 보호해 줄 안전 장치가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실제 국내에서 암호화폐 관련되어 발생한 대부분의 부정이슈는 거래소와 관련이 있는 것이었다.
 
결국 블록체인이 지향하는 혁신적 가치가 현실 세계에서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시장 참여자에 대한 신뢰 문제가 우선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
 
개별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신뢰성은 제도적 안전장치가 마련되기 전까지는 이 사업자가 신뢰할 수 있는 대상인지 꼼꼼히 따져 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어쩌면 이미 신뢰를 확보하고 있는 기업이 참여함으로써 시장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반면 거래소 이슈는 Stable Coin을 통해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Stable Coin이란 가치 변동 없이 지불 수단으로서의 본질적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된 암호화폐를 말한다. US달러에1:1로 연동하는 테더(USDT) 등이 대표적인 Stable Coin으로 손꼽힌다이러한 Stable Coin은 거래소 파산 등 이슈가 발생하더라도 해당 Coin으로 보유하고 있는 자산에 대해서는 안전하게 보호해 줄 수 있는 지급 보증 기관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가치가 안정되어 있는 암호화폐의 장점은 그 외에도 많다. 
투자자에게는 암호화폐 시장에서 통용됨으로써 변동성이 높은 화폐간 거래를 원활하게 해 주고 암호화폐의 가격 변동성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안전자산으로의 역할을 담당한다. 
 
반면 ICO를 통해 투자를 받는 기업에게는 투자금에 대한 가치를 일정하게 유지시켜 줌으로써 안정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해 주고 글로벌 투자 유치를 용이하게 해 줄 수도 있다.
 
암호화폐 시장뿐 아니라 실물 경제와도 직접 연결될 수 있다. 
당초 비트코인은 자산이자 실물 경제에서의 화폐로 기능하기를 기대했으나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시장에 정착하지 못했다. 느린 거래 속도, 높은 수수료 등 기술적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으나 급격하게 높아진 가격 변동성과 그로 인한 통화량 감소도 중요한 원인이다.
 
이미 많은 사용처를 확보하고 있는 범용 포인트(eg. OK캐쉬백, 라쿠텐포인트)가 가격 변동성 문제에서 자유로운 Stable Coin화 된다면 훨씬 빠르게 시장에 정착하여 암호화폐를 실물 경제 영역으로 확장하는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몇주 전 비트코인을 자산으로 인정하는 대법원 첫 판결이 나왔다는 기사가 실렸다. 법이 자산 가치를 인정했다는 것은 암호화폐가 조만간 제도권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는 평가다.
 
그런데 자산이 아닌 화폐로서의 가치에 대해서는 아직도 많은 논쟁이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 정부에서도 아직은 부정적인 입장에 좀 더 힘이 실려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논쟁은 역할에 대한 기대가 있기에 발생하는 것이다. 암호화폐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가진 이들조차도 블록체인 기술이 갖고 있는 가능성과 잠재력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않는다. 시장의 기대가 있는 한 암호화폐는 그 기대를 충족하기 위한 방향으로 진화해 갈 것이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그 기대에 Stable Coin이 가장 가까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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