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정주행한 드라마가 있다. <재벌 집 막내아들>. 대기업(순양그룹) 마름이던 주인공(송중기)이 비자금을 찾아오라는 지시를 받고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출국했다가 오너 일가 중 누군가의 지시로 죽임을 당한다. 죽은 줄 알았던 주인공은 환생해서 순양그룹의 ‘4-2’(회장 넷째 아들의 둘째 아들을 지칭)의 몸으로 다시 살게 되며, 자신을 마름처럼 부리다 죽인 순양그룹을 상대로 복수를 한다는 내용이다. 그것도 과거의 기억을 그대로 가진 채로.
그 기억 덕분에 “별 볼일 없는 땅”으로 취급되던 분당지구 토지 5만 평을 증여받고,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에 대비해 달러를 확보해 막대한 환차익을 얻는다. 아직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 아마존이나 애플의 주식을 사들이기도 하고, 미국의 도넛 프랜차이즈를 들여오기도 한다.
드라마를 보면서 상상을 해 본 건 참 오랜만이었다. 부자 되는 상상!
‘미래 예측’,
이는 우리 모두가 한번쯤 가져 봤을 욕망을 자극한다. 과거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재벌 집 아들은 바라지도 않는다. 비트코인과 애플 주식만 잘 사 두고, 좀 더 욕심내자면 미분양 되었던 반포 아파트만 ‘줍줍’해 두면 될 일이다. 모든 게 참 쉽다. 미래를 미리 알 수만 있다면….
물론 드라마 속 ‘환생’ 같은 사건은 현실에는 없다. 하지만 경영을 하다 보면 먼 미래를 상상하거나 예측해서 경영 계획을 세우게 된다. 물론 우리가 예측하는 미래는 환생한 재벌 집 막내아들과는 달리 틀리거나 빗나갈 가능성이 더 높다. 어떤 미래가 올지 안 올지 미리 아는 것도 어려운 문제지만, 그 미래가 온다면 언제 올지 예측하는 것도 주사위 놀이에 가깝다. 그래서 대부분의 리더들은 ‘가까운 미래’에만 몰두하여, ‘현재’를 기준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계획을 세우는 경향이 강하다.
Let's go invent tomorrow rather than worrying about that happened yesterday
- Steve Jobs
“어제 일어난 일을 걱정하기보다 미래를 설계하자.” 스티브 잡스는 이렇게 말하며 행동으로 옮겼다. 2006년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 복귀했을 때, 애플은 실적과 주가 둘 다 바닥을 치고 있었다. 게다가 ‘닷컴 버블’로 IT업계 전체가 위기였으며, 수많은 경쟁 업체가 PC 생산에 뛰어들면서 애플은 경쟁력을 잃고 있었다. 그 당시 스티브 잡스는 현재가 아닌 2010년을 상상하며 체계적으로 미래를 창조했다. 당시 주력 제품이던 PC에서 돌파구를 찾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허브’라는 새로운 지향점을 구축했다. 애플은 2000년대 초반 PC에 사용되던 마이크로 프로세서를 다양한 디지털 기기에 적용하고 이들을 통합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들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그리고 이 같은 비전에 따라 아이팟, 아이패드 등 새로운 전자 제품과 애플 제품의 전용 소프트웨어인 아이튠즈를 개발해 ‘애플 생태계’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이처럼 먼 훗날을 상상하며, 그 미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미래부터 현재까지 시간을 거슬러 계획을 세우는 것을 ‘퓨처백 사고법’이라고 한다. 이것은 5~10년 후 기업이 지향하는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해야 할 일들의 리스트를 미래부터 현재까지 역순으로 작성하여, 이정표를 세워 나가는 것이다. 리더가 퓨처백 시각을 갖게 되면, 과거 우리 조직을 성장시킨 성공 법칙이 미래에도 적용 가능한지 냉정한 시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런 리더가 있는 조직은 외부 환경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면서, 미래에도 계속 성장하는 조직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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