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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한위임의 힘

Leadership

by nerdstory 2023. 11. 20.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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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빈 매니저는 내가 팀장 마지막 해에 뽑은 신입사원이었다. 4년후 수빈 매니저가 회사를 옮기게 되었다고 인사하러 오면서 가져온 엽서 내용이다. 

4년전 신입으로 입사해서 최초로 받은 업무분장이 VOC담당이었습니다. 기획을 하고 싶었지만 운영, 그 중에서도 VOC대응을 하는 업무를 받고 많이 속상했었죠.. 그러던 중 터무니없는 불만을 가진 악성고객으로부터 민원이 들어와서 고민을 하다가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팀장님께 보고를 드렸는데, “네 생각은 뭐니?”라고 물으셨어요. 이러저러해서 그 고객과는 소송까지 갔으면 한다라고 대답하니, “그럼 그렇게 해. 니가 고민을 많이 했을테니 니 생각이 맞을거야. 문제가 생기면 내가 다 책임질테니 잘 해봐”라고 하셨답니다.

그 순간이 제게는 너무 중요한 모멘트였습니다. 비로소 제 일에 대한 ownership을 가질 수 있었고 일 하는 재미를 알게 된 것 같았습니다. 그 후 2년간 ownership을 가지고 신명나게 운영업무를 했고 서비스를 이해하고 난 후 기획 업무를 맡아 훌륭한 기획자가 될 수 있게된 것 같아 너무 감사드려요.

 당시에는 앱 생태계가 막 생기던 시절이었다. 앱을 개발하는 업체도 처음이었고, 그것을 운영하는 앱 마켓도 경험이 부족했던 시절이었다. 그런 환경에서 무료로 다운받은 앱의 하자를 문제 삼거나 거짓으로 피해를 본 것처럼 꾸며서 보상을 받으려는 블랙컨슈머가 기승을 부렸고, 앱 생태계가 안정될 때까지는 터무니 없는 요구가 있더라도 이슈를 개발업체에게 전가하지 않고 앱 마켓을 운영하는 우리팀이 수용해주는 분위기였다.

수빈매니저가 언급한 상황의 디테일은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리더의 한마디가 구성원들에게는 얼마나 큰 무게인지를 다시한번 느낀 순간이었다.

경영의 대가 피터 드러커는 "인재를 키우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맡기는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사람은 맡기면 성장한다. 권한을 적극적으로 위임하여 스스로 생각하고 해결하게 맡겨야  한다. 부득이 하게 방향 제시를 해줘야 할때는 '지시'보다는 '질문'을 함으로써 일깨워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리고 실패에 대한 책임은 리더가 진다는 것을 확실히 밝히고 책임지면 된다.

모든 일을 위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일은 위임해야 하지만, 리더가 직접 해야 하는 일도 있다. 우선 위임할 업무와 위임해서는 안 될 업무를 구분해야 한다. 구분하는 기준은 업무의 중요성과 시급성이다. 가로축은 업무의 중요성을 세로축은 업무의 시급성인 2x2 매트릭스로 상상해 보자. 이 매트릭스의 1사 분면에 분류된 일들, 즉 중요성과 시급성이 모두 높은 업무들은 리더가 직접 처리해야 하는 업무이다. 이 매트릭스를 그려보면, CEO가 부하직원에게 절대로 양보하면 안되는 것이 있는데, 회사의 비전과 전략, 추구하는 인재상, 설비 투자를 결정하는 일들이다.

구성원에게 위임을 하고 나면 리더에게 여유가 생긴다. 한정적인 리더의 시간 자원에 여유도 중요하다. 리더가 여유로워지면 업무의 질 뿐만 아니라 회사의 질도 올라가는 일석이조를 실현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일을 믿고 맡길 사람이 부족하다"는 리더들의 푸념을 종종 듣는다. 맡길 수 있는 인재가 없다는 것이 맞는 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씨도 뿌리지 않고 열매가 열리지 않는다고 한탄하는 것일 수 있다. 구성원에게 위임하는 것은 꽃밭에 씨를 뿌리는 것과도 같다. 씨를 뿌리고 비료도 주고 물도 주고 기다리는 것 처럼, 위임을 통해서 사람이 성장하는데도 시간이 걸린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씨를 뿌린 후 꽃이 피기까지 기다려 주는 것이다. 그래서 위임을 위한 첫 단계는 리더의 인내이다.  참지 못하고 참견하면 그 순간 위임을 한 의미가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단, 방임을 위임과 혼돈해서는 안된다. 방임은 씨앗을 뿌리기만 하고, 전혀 돌보지 않는 것이다. 씨앗이 저 혼자 자라 열매를 맺기는 어렵다는 점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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