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대가

상반기 신입사원들의 입사 6개월 서바이벌을 기념하며 티 타임을 가졌다. 6개월 간 회사생활에서 경험한 가장 큰 배움이 뭐였는지 물었더니, 그 중 한 친구가 웃으며 얘기했다. 
"저는 제 입사지원서만 생각하면 너무 창피해서 지금도 얼굴이 빨개져요."
"왜죠?"
"자기소개서에 '저는 소통의 대가입니다'라고 적었답니다. 그런데 직장생활을 해보니 말을 잘하거나 글을 잘 쓴다고 소통의 대가가 되는건 아니더라구요. 제가 말을 잘 하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듣는 분들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전달했느냐가 정말 중요하단 것을 배웠습니다."

 

깜짝 놀랐다. 경력 6개월인 친구가 벌써 소통의 정의와 중요성을 깨우쳤다니 말이다. 사실 소통은 내가 말을 잘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듣는 사람이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다면 말하지 않은 것과 같다. 소통이라는 것은 언어뿐 아니라, 비언어 수단을 통해 정보, 의견, 감정을 주고받으며 상호작용하여 나의 머릿속에 있는 '컨텐트'를 전달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똑같이 그려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화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청자가 잘 이해했느냐가 중요하다.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 안 하느니만 못한 것이 소통이다.

'하느님이 인간에게 두개의 귀와 하나의 입을 준 이유가 반드시 있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는 말하는 것보다 2배 이상을 들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보통 남으로부터 먼저 이해받고 싶어 하기 때문에  이해하려는 마음보다는 말하고 싶은  마음이 크기 마련이다.  그래서 상대방이 말할 때  머리 속으로는 자신이 할 말을 준비하고 있고,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상대의  말을 끊고  자기 말을 해 버리게 되는 것이다. 경청을 잘 하려면 상대방이 충분히 말할 수 있도록 귀는 열고 입은 닫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결론은?"
"됐고, 말하려는 요지가 뭔가?"

습관처럼 자주 보이는 리더들의 반응이다. 리더의 자리는 항상 바쁘기 마련이다. 언제나 해결하고 결정해야 할 사안들이 산더미처럼 밀려든다. 그러다 보니 일의 효율을 우선으로 생각하게 되고,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정답을 알려주고 일을 지시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래서 리더의 경청은 훨씬 더 중요하다. 리더는 말을 전달하는 것도 잘해야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듣는 것에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짐 버크 존슨 앤 존슨 CEO는 '나는 재직 중 하루의 40%를 직원들과 소통하는 데 할애했다. 그만큼 의사소통이 중요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경청이다'라고 했다.

리더의 경청은 특히 세가지 측면에서 유용하다. 

첫째, 리더의 경청은 의사 결정의 질을 향상시킨다. 리더가 좋은 의사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어떤 말을 하는 지 듣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없다. 의사 결정의 승패를 좌우하는 것은 자료가 아니라 결정에 이르는 대화의 수준이다. 구성원들이 두려움이나 편견에 구애 받지 않고 다양한 생각을 제시할 수 있어야 의사 결정의 질이 나아진다. 그만큼 많이 듣고 소수 의견이라도 자유롭게 표출할 수 있도록 두어야 한다. 그냥 듣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 관심과 호응을 담아서 듣도록 노력하자. 
둘째, 리더의 경청하는 행위 자체가 상대방에게 인정받는다는 느낌을 주어 긍정적이고 상호 신뢰하는 분위기를 만든다. 좋은 리더가 되려면 먼저 마음을 열고 듣는 훈련을 해야한다. 사람은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 주고 잘 알아줄 것 같은 사람에게 마음의 문을 연다. 경청으로 구성원을 이해하고, 신뢰를 쌓으면 존경을 받을 수 있다. 구성원끼리도 서로 신뢰하고 의지해야 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으며 이러한 소통의 책임도 리더에게 있다. 
세째, 리더의 경청은 구성원 육성의 시작이다. 리더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음에 내키지 않는 부분이 있더라도 중간에 말을 끊고 지적하지 말아야 한다. 끝까지 이야기를 듣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함으로써 구성원 스스로가 자신의 해답과 만날 수 있도록 기다리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안에 답을 가지고 있다. 그것을 스스로의 힘으로 끌어내도록 도와주는 것이 육성의 첫 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