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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탄탄한 ‘3층연금’에 노후 더 풍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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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rdstory 2022. 12. 6.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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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시드니에 사는 66세 동갑내기 부부 베리와 마거릿 퀸 씨는 10월 한 달간 유럽으로 크루즈 여행을 다녀왔다. 내년엔 팬데믹으로 막혔던 해외여행을 더 자주 다니고 바다가 보이면서도 시내가 가까운 동네로 이사할 계획이다.

퀸 씨 부부가 풍요로운 노후 생활을 즐기는 건 호주 퇴직연금 ‘슈퍼애뉴에이션’ 덕분이다. 두 사람은 현재 퇴직연금 계좌에 각각 140만 호주달러(약 12억4000만 원)를 쌓아둔 ‘연금 백만장자’다. 대학교수와 시간강사로 일하다가 2018년 은퇴한 부부는 각자 연금으로 매달 5800호주달러(약 510만 원)를 받고 있다.

호주 퇴직연금은 1992년부터 모든 근로자의 가입이 의무화된 데다 연금 자산의 60%가량이 주식으로 운용되며 연 8%대의 수익률을 이어가고 있다. 퀸 씨는 “은퇴 전까지 월급 10% 이상을 퇴직연금에 넣었고 목돈이 생길 때마다 추가로 납입했다”며 “요즘 증시 하락이 걱정되기도 하지만 균형 잡힌 운용 시스템을 믿는다”고 했다.

노후를 걱정하는 한국과 달리 해외 선진국들은 공적연금 개혁을 서두르고 퇴직·개인연금을 활성화하며 고령화와 노후 빈곤에 대비해 왔다. 복지·금융 선진국 은퇴자들이 노후를 살아가는 모습을 들여다봤다.


탄탄한 ‘3층 연금’… “일할 때보다 노후 더 풍족”

독일 베를린 보험사에서 38년 넘게 근무 중인 미하엘 야코비 씨(57)는 10년 뒤 정년을 맞는다. 독일은 2011년까지 65세였던 법적 정년을 2029년까지 67세로 확대하는 정책을 연차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연금 수급 연령도 67세로 늦춰진다.

야코비 씨가 퇴직 후 받는 연금은 공적연금과 퇴직연금을 더해 3200유로(약 440만 원)가량. 현재 받는 월급과 별 차이가 없다. 이를 위해 매달 공적연금에 445유로, 퇴직연금에 340유로를 붓고 있다. 11세 늦둥이 아들이 야코비 씨의 은퇴 이후 대학에 가지만 정부가 학비를 지원해줘 걱정이 없다.

야코비 씨는 “연금 외에 그동안 투자한 주식과 예·적금을 더하면 오히려 노후가 지금보다 넉넉할 것 같다. 일할 땐 중산층인데 은퇴 이후 중상층이 될 수 있겠다”며 웃었다. 퇴직 후 받을 연금을 계산해보고 여유가 생긴 그는 아프리카 어린이를 후원하는 데 매달 500유로를 쓰고 있다.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홀로 사는 뵈리예 린톤 씨(68)는 30년 넘게 다니던 유럽 최대 제지회사 스토라엔소의 사정이 나빠져 4년 전 갑작스럽게 은퇴했다. 하지만 현재 그는 은퇴 전 평균 소득의 70%가량을 연금으로 받으며 안락한 노후를 보내고 있다.

일찌감치 공적연금과 퇴직연금, 사적연금 등 ‘3층 연금’에 가입해 노후를 준비했기 때문이다. 린톤 씨는 “매달 연금 계좌로 3만6000크로나(약 450만 원)가 들어온다”며 “공적연금과 함께 개인적으로 가입해 매달 1만 크로나씩 납입한 사적연금 덕을 보고 있다”고 했다.

린톤 씨는 최근 매일 3시간씩 기업을 대상으로 재무회계 컨설팅을 하는 일도 시작해 연금을 더해 월 소득 700만 원 정도를 번다. 이 덕분에 반려견과 함께 순록, 새 등을 사냥하는 호사스러운 취미를 즐기고 있다. 그는 “노후 인생을 즐기려면 안정적인 연금 제도와 적당한 노동이 필요하다”고 했다.

 


퇴직연금으로 ‘연금 백만장자’ 쏟아져

미국 테네시주의 자동차회사에 다니는 드웨인 스티븐스 씨(63)는 2년 후 은퇴해 딸 셋과 함께 여행을 다닐 계획이다.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활동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은퇴 후에도 현재 소득의 70∼80%는 유지돼 편안하게 노후를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스티븐스 씨가 이런 노후를 꿈꾸는 건 미국 퇴직연금 ‘401K’ 덕분이다. 한국의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처럼 개인이 직접 운용하는 401K 제도는 1981년 자리 잡았다. 2006년부턴 연금 가입자가 별도의 운용 지시를 하지 않으면 미리 정해 놓은 상품에 투자하는 ‘디폴트옵션’도 도입됐다.

스티븐스 씨도 20대 중반부터 30년 넘게 401K에 적립금을 넣었다. 연봉이 인상되면 적립금을 늘렸고 2008년 금융위기 때도 주식과 채권을 섞어가며 운용을 이어갔다. 그는 “미국 주식시장은 장기적으로 꾸준히 올랐기 때문에 퇴직연금 수익률이 아주 좋다”며 “요즘 증시가 흔들리고 있지만 은퇴 시점을 고려하면 지금이 오히려 저가 매수 기회”라고 말했다.

호주와 미국에선 퇴직연금 투자만으로 백만장자가 된 근로자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미국 최대 퇴직연금 운용사인 피델리티 고객 가운데 퇴직연금 계좌 잔액이 100만 달러가 넘는 가입자는 6월 말 29만4000명이다. 호주의 슈퍼애뉴에이션도 잔액이 100만 호주달러 이상인 계좌가 지난해 말 현재 2만 개를 웃돈다.


“연금 개혁 다시 시동”

프랑스 파리에 거주하는 가브리엘 뒤부아(가명·73) 씨는 별다른 수입 없이 연금으로만 노후를 보낸다. 조선업 엔지니어로 30년 넘게 일하며 직역연금에 가입한 덕에 한 달에 4000유로(약 550만 원)를 받는다. 주택담보대출을 갚고 생활비와 의료비를 걱정 없이 쓰기에 충분하다. 뒤부아 씨는 “노후 생활에 100점 만점에 95점을 줄 정도로 만족한다”며 “직역연금이 노후를 보장해준 덕분”이라고 말했다.

프랑스는 직업과 직능에 따라 42개로 나뉜 직역연금이 사실상 전 국민의 노후를 보장한다. 하지만 기금별 운용은 천차만별이다. 고소득 전문직종 연금은 흑자를 내고 있다. 반면 제조업 분야는 연금을 두둑이 지급하는 대신에 기금은 적자에 허덕여 정부가 매년 적자를 메워준다.

연금 가입자로선 풍요로운 노후 생활을 누리지만 급증하는 연금 적자는 고스란히 재정 적자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프랑스 정부는 42개로 나뉜 복잡한 연금 제도를 단순화하고 연금 수급 시기를 늦추는 연금 개혁에 나섰지만 대규모 파업과 시위에 막혀 번번이 실패했다. 최근에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2017년 추진했다가 좌초된 연금 개혁을 5년 만에 재추진하면서 파업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 도쿄 인근 사이타마현에 사는 오기노 유지 씨(79)는 건설사를 다니다가 2003년 퇴직했다. 은퇴 이후 허리띠를 졸라매 한 달에 15만 엔(약 140만 원) 정도를 생활비로 쓴다. 절반은 국민연금과 후생연금(퇴직연금의 일종)을 받아 충당하고, 나머지 절반은 주말 건물 경비를 하며 번 돈으로 보탠다. 오기노 씨는 “연금이 적긴 하지만 그래도 안정적으로 나오니 다행”이라고 했다.

현행 일본 연금 제도는 2004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개혁이 반영돼 ‘더 내고 덜 받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하지만 당초 예상보다 고령화 속도가 훨씬 빨라 일본 정부는 국민연금 납부 기간을 현행 59세에서 64세로 연장하는 방향으로 연금 개혁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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