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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률 ‘제로’ 자랑이 아닙니다…‘낮은 이직률’에 담긴 의미

Leadership

by nerdstory 2023. 6. 29.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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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현장을 방문하다 보면 의외로 이직률이 낮은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회사가 많다는 것을 느끼곤 한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독자 중에서도 “우리 회사도 이직률이 낮아 좋은 회사인데....”라고 자랑하고 싶은 CEO분들도 아마 여러분 계실 것이다. 그렇다면 필자의 글을 읽고 그래도 여전히 낮은 이직률을 자랑할 것인지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 주길 바란다. 

필자가 여러 기업 현장에서 기업체 대표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비슷하게 생각하는 지점이 몇 군데 있다. 그 중에는 “우리 회사는 턴-오버(이직률)가 거의 제로에 가까습니다.”라는 말이다. 이직률은 전체 직원 중 회사를 떠나는 직원 비중이 어느 정도 되는지를 보여주는 수치이다. 당연히 이직률이 너무 높아도 좋지 않겠지만, 지나치게 낮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이직률이 낮다고 하면 언뜻 회사를 나가는 직원이 매우 적을 정도로 좋은 회사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지만, 필자와 같은 조직문화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소 다르다. 이직률이 매우 낮다고 자랑하는 회사 CEO와 마주칠 때마다 필자는 “결코 자랑하실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만...” 이라는 말을 한마디 해주고 싶지만 차마 얼굴을 맞대고 있는 상황에서는 이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는 않는다. 

"퇴사율 '제로' 회사...크게 성장하기는 힘들다"

그렇다면 이직률이 낮은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기업체 대표들과 달리 필자와 같은 조직문화 전문가들은 왜 이것에 대해 박한 평가를 할까. 그 생각의 차이점에 대해 필자가 실제 조직문화를 컨설팅 했었던 회사를 실제 사례를 들어 설명해보고자 한다. 예전에 필자는 직원 수는 150명 내외이고 회사가 설립된 지는 20년 정도 된 중소기업의 조직문화 관련 컨설팅을 한 적이 있었다. 사람으로 치면 청년기를 지나 중년기로 접어드는 회사인 셈이다. 하루는 이 회사의 오너 경영자가 필자에게 한 가지 고민을 털어놨다. 고민의 요지는 이랬다. 5명의 직원으로 출발해 지금과 같은 회사 모습을 갖추는데 10년이 걸렸는데, 이후 10년은 거의 제자리 걸음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필자에게 찾아달라는 취지였다. 도대체 이 회사는 왜 10년 동안 전혀 성장을 못하고 있는 것일까. 필자도 궁금했다. 

그러면서 사장은 앞서와 같은 과제를 필자에게 던진 후 자세한 내용은 회사 내부의 관리이사 임원과 좀더 깊은 대화를 나눠보라고 부탁했다. 이 회사에는 오너 경영자의 후배이자 회사가 성장하기까지 큰 역할을 했던 관리이사가 한 명 있었다. 사실 많은 회사의 경우 창업자와 함께 동거 동락하면서 회사를 함께 키운 창업공신 같은 임원들은 있게 마련이다.

필자는 먼저 해당 관리담당 임원에게 직원들의 평균 이직률이 어떤지부터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그는 매우 자랑스러운 어투로 이렇게 답했다. “저희 회사는 직원 이직률이 제로에 가깝습니다. 10년 혹은 20년 전에 신입으로 들어와서 지금에 이르는 직원들이 대부분입니다. 한 번 회사에 입사하면 특별한 일이 생기지 않는 이상 퇴사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매우 안정된 고용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지요. 저희 회사의 큰 자랑이기도 합니다.”

퇴사율이 제로(0)에 가깝다는 구조가 무척 자랑스럽다고 말하는 그의 말을 들으면서 조직전문가인 필자로서는 말문이 딱 막혀 버렸다. 필자는 내심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관리이사라는 임원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의아심이 들 정도였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해당 관리담당 임원은 다른 회사에서는 일해 본 경력은 전혀 없었고, 오로지 지금의 조직에서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이 그가 가지고 있는 커리어의 전부였었다. 외부 경험이 전무(全無)하다 보니 신입으로 들어온 직원들이 세월이 흘러도 그대로 남아있는 것에 대해 상당한 자부심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앞서와 비슷한 사례는 생각보다 많다. 심지어 어떤 회사에서는 필자에게 이런 말을 하는 CEO도 있었다. “우리는 신입사원이 아니면 채용을 하지 않습니다. 경력사원은 채용해서 바로 업무에 투입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습니다. 하지만 외부의 안 좋은 문화를 내부에 전파시킬 위험도 더 크기 때문에 가급적 경력 채용은 자제하고 있습니다. 신입 사원들로 채워지는 순수혈통이 저희의 자랑입니다.” 

그런데 의외로 중소기업에서는 소위 말하는 ‘순수혈통’을 강조하는 경영자들이 상당수 있다. 물론 신입 사원으로 입사해 그 회사의 정점에 이르는 경영자나 관리자급 임원 반열에 오른 숫자가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또한 그렇게 내부에서 육성하여 조직의 정점으로 올려보내는 조직의 풍토는 칭찬받아야 마땅한 문화이다. 

하지만 지나친 순혈주의가 경력으로 들어온 직원들에게 위축감을 주거나, 혹은 내부와 외부의 순환의 흐름을 차단하는 도어락(Door Lock) 현상으로 이어져서는 곤란하다. 경력 채용을 터부시하거나 퇴사율 제로의 수치를 자랑스럽게 여긴다는 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는 필자 개인의 생각만이 아니라 인사(人事)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가 느끼는 상식이기도 하다.실제로 지난 2019년 취업기관 잡코리아에서 국내 500대 기업 채용담당자를 대상으로 자사의 연평균 이직률에 대해 설문조사를 벌인 적이 있다. 응답자 179개 기업의 분포도를 보면 ▲이직율이 5% 미만이라고 답한 회사는 5곳 ▲5~10% 사이는 34곳 ▲10~15% 사이 89곳 ▲15~20% 사이 38곳 ▲20% 이상 13개사로 나왔다. 

위의 수치를 순서대로 나열해 보면 1위는 10~15%, 2위 15~20%, 3위 5~10% 순으로 나열된다. 수치를 보면 우리나라 대기업의 이직률 비중은 10~15% 구간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 달리 이직률이 5% 이하인 기업은 5곳으로 전체의 2.7%밖에 되지 않았다.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 일정비율의 퇴사율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무리 관리를 잘하는 저수지라도 계속 담아만 두면 썩은 내가 진동을 한다. 새로운 물이 들어오고 고여있던 물은 방출하고 해야 수질관리가 되는 것이다. 기업의 인사도 마찬가지다. 일정 부분은 순환을 시켜줘야 우리가 잘하는 것은 무엇이고, 우리가 못하는 것은 무엇인지 객관적으로 판단이 되는 것이다. 그래야만 개선이라는 프로세스가 가동이 된다. 개선의 프로세스를 못 느끼는 것은 이미 죽어 있다는 것이다. 인사의 사망선고나 다름없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이직률 제로(0)인 회사는 어느 정도까지는 성장해도 그 이상 크게 성장하기는 힘들 수밖에 없다. 일정 부분 저수지의 물이 순환되는 것처럼 기존 직원이 나간 자리에 새로운 기업에서 있었던 인재들이 어느 정도 들어와 줘야 회사도 지속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을 어필하고 싶다.

출처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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