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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입견을 갖지 않으려면

Leadership

by nerdstory 2023. 12. 29.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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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볼 줄 모른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정확히 말하면, 사람을 너무 좋게만 본다는 얘기다. (특히, 앞에서 얘기했던 ‘음모설’을 늘 입에 달고 다니는 후배 같은 이들이 나에게 그런 핀잔을 자주 하곤 한다.) 

나는 자신을 스스로 늘 부족하다고 느끼며, 누구한테서라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데다, 사람을 판단할 때 선입견을 갖지 않고 그 순간 행동의 선의만 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팀장 시절이었다. A 매니저가 우리 팀으로 전입하고 싶다고 했다. 모바일 마케팅을 하던 친구라서, 마침 우리 팀에 필요한 기능을 지닌 사람이었다. 우리 팀 구성원 중 누군가가 와서 A씨에 대한 주변 평가를 늘어놓았다. 

“일을 곧잘 하는데, 근태(근무태도)에 문제가 있대요. 그래서 해당 팀장이랑 갈등이 있어서 적극적으로 A 매니저를 우리 팀으로 넘기려고 하는 거래요.”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나는 안 들을래. 우리 팀에 필요한 모바일 마케팅 전문가라며? 그럼 됐어.”


새롭게 팀장이 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팀원을 영입(Manning, 매닝)하는 것이다. 필요한 역할 기능을 정하고 그 기능에 맞는 인물을 영입해야 한다. 후보자들 중에 누구를 선정할지를 판단하는 것까지가 매닝이다. 이때 같이 일할 동료에 대해 수소문해서 얘기를 듣고 전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리더는 사람을 이해하고 됨됨이를 판단할 때, 남들한테서 전해들은 소문으로 판단하거나 선입견을 가져서는 안 된다. 



요즘은 특히 비실명으로 온라인에 떠도는 얘기가 많다. ‘블라인드’라는 직장인 익명 앱 이야기다. 누군가 와서 전해주는 소문도 믿기 힘든데, 익명에 숨어서 쏟아내는 혐오나 비난은 쓰레기와 다름없다. 기업 내부의 조직은 내부 경쟁과 갈등이 필연적이다. 마치 정치판과 흡사하다. 누군가를 끌어내려야 다른 누군가가 올라가는 구조다. 사람에 대한 확인되지 않는 나쁜 소문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늘 경계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내가 직접 겪지 않은 것은 믿지 않으려 하는 편이다.

일은 곧잘 하는데 근태에 문제가 있다는 A 매니저를 영입해서 같이 일해 보니, 업무 능력이 탁월했다. 다만 A 매니저는 부서 이동을 결정하기 전 내게 한 가지 양해를 구했다. 남편과 요일을 분담해서, 본인은 화요일과 목요일에 아이를 유치원 버스에 태우고 출근해야 하는데, 아이를 버스에 태워 주고 나면 아무리 서둘러도 출근 시간인 9시보다 10분이 늦을 수밖에 없다고. 정해져 있는 9시 팀 미팅은 매주 금요일 말고는 없으니 문제없다고 했다. A매니저는 다른 요일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일찍 나와서 업무를 시작했다. 근태에 문제가 있다는 소문은 역시 헛소문일 뿐이었다.

한 구성원 B 팀장에 대한 2년치 평가서를 읽은 적이 있다. 
“매사에 깊이 생각하고 신중하다.”
“좌고우면하고 의사결정을 하지 않는다.”
같은 사람에 대한 평가라고는 믿기지 않는다. 왜 이렇게 평가 내용이 다를까? 달라진 것이라고는 업무를 평가한 임원뿐이다.

도덕적으로 나쁜 것(ethical issue)을 제외하고는 사람의 행동에 대한 긍정과 부정은 너무나도 주관적인 영역이어서, 판단하기가 매우 어렵다. 위의 B씨 예처럼, 누군가에게는 신중하고 생각이 깊은 사람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좌고우면하고 의사결정 못 하는 사람일 수도 있는 것이다. 사람에 대한 가치 판단은 섣불리 할 수 없는 것이며, 함부로 해서도 안 된다. 그래서 나는, 내가 직접 경험하지 않은 것은 믿지 않으려 한다.

소문은 주로 사람들의 실패나 실수를 먹고 자란다. 누구나 실수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 한 번의 실수나 실패 경험으로 한 사람을 재단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사람들은 실패나 실수를 극복하며 성장한다. 그런데 단지 소문만 듣고 한 사람에게 어떤 낙인을 찍는다면, 한 번 더 일어설 기회마저 그에게서 박탈하는 것과 다름없다. 

조직의 리더로 새롭게 부임하면 리더도 새로운 마음을 가져야 하겠지만, 새 리더를 만나는 구성원 역시 새로운 마음으로 새 출발할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해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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