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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은 역할이 아니라 태도다

Leadership

by nerdstory 2025. 2. 22.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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빔 벤더스 감독의 영화 〈퍼펙트 데이즈〉는 도쿄의 공공화장실을 청소하는 한 남자의 조용한 일상을 그린다. 주인공 히라야마는 매일 같은 공간을 닦고, 같은 루틴을 반복한다. 누군가는 그의 일을 단순한 노동으로, 혹은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고된 생업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일을 단순한 ‘호구지책’으로 여기지 않는다. 그의 손길 하나하나에는 진심이 담겨 있고, 그는 이 일이 세상을 조금 더 나아지게 한다고 믿는다.
퍼펙트 데이즈
일을 대하는 태도는 삶의 질을 결정한다. 어떤 일이든 억지로 하면 피로하고, 스스로를 희생하는 기분이 든다. 하지만 마음을 열고 받아들이면 같은 일도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
어느 책에서 읽은 '세 벽돌공 이야기'가 떠 올랐다.
어느 여름날 세 벽도로공이 땀을 뻘뻘 흘리며 벽돌을 쌓고 있었다.
지나가던 행인이 첫 번째 벽돌공에게 물었다.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요?”
그는 짜증난 얼굴로 대답했다. “보면 모르나? 벽돌을 쌓고 있소.”
두 번째 벽돌공은 조금 다른 태도를 보였다. 행인이 같은 질문을 던지자 그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답했다.“몰라서 묻느냐? 돈을 벌고 있소.”
그런데 세 번째 벽돌공은 사뭇 달랐다. 똑같이 무더위 속에서 일하고 있었지만, 그는 밝은 표정으로 활짝 웃으며 일하고 있었다. 행인이 물었다.“당신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요?” 
그러자 그는 환한 얼굴로 말했다.“나는 지금 아름다운 성당을 짓고 있는 중이오.”
같은 일을 하면서도, 어떤 사람은 그저 벽돌을 쌓고 있고, 어떤 사람은 돈을 벌기 위해 일한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그 일을 통해 더 큰 가치를 만들어간다고 믿는다. 히라야마는 세 번째 벽돌공과 같은 사람이었다. 히라야마의 일은 남들이 보기엔 단순한 화장실 청소였지만, 그에게는 단순한 노동이 아니었다. 그것은 공간을 돌보고, 타인을 배려하는 일이었다.
그는 자신의 일에 즐거움을 느낀다. 단순히 기쁘고 신나는 감정이 아니라, 자신이 하는 일이 의미 있다는 깊은 만족감이다. 아침에 자판기에서 캔 커피를 뽑아 들고, 하늘을 올려다보는 작은 순간에도 그는 삶을 음미한다. 차 안에서는 루 리드의 Perfect Day가 흐른다. 같은 길을 달리고, 같은 공간을 청소하는 하루의 반복 속에서도 그는 완벽한 하루를 만들어가고 있다.
우리는 흔히 ‘좋아하는 일을 찾으라’는 말을 듣는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금 하는 일에서 의미를 찾는 능력이다. 일이 단순한 생계를 위한 수단이 되면, 하루는 그저 버텨야 하는 시간이 된다. 하지만 그 일이 자신과 타인에게 가치를 줄 수 있다고 믿는 순간, 우리는 일을 통해 보람을 얻고 성장할 수 있다.
히라야마는  스스로의 삶을 주도한다. 억지로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청소가 끝난 후 공원의 벤치에서 도시락을 펼치고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햇빛을 바라보는 순간, 그는 자신이 만든 하루를 온전히 즐긴다.
리더십은 역할이 아니라 태도다. 반드시 높은 지위에 있어야만 리더가 되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리더십은 자신이 맡은 일을 어떻게 바라보느냐, 그리고 어떤 마음으로 하루를 살아가느냐에서 나온다. 그리고 이런 태도를 가진 사람은 다른 이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내적 동기를 가지고 일하는 사람은 그 자체로 타인에게 영감을 준다.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즐기고 의미를 찾는 모습은 주위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파한다. 억지로 일하는 사람과, 스스로 가치를 부여하며 일하는 사람 중 누가 더 신뢰를 얻을까? 누가 더 조직을 건강하게 만들고, 더 나아가 변화를 이끌어갈 수 있을까?
결국, 타인을 동기 부여하는 리더는 스스로 동기 부여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은 높은 직위나 화려한 타이틀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자신의 일을 대하는 태도에서 만들어진다.
히라야마처럼 자신의 하루를 선택하며 살아가는 사람, 그런 사람이 조직을, 그리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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