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는 세상이 모르게 선한 영향력을 흘려보낸 한 사람의 삶을 담고 있다. 김장하는 경남 진주에서 조그만 한약방을 운영하며 평생을 가난한 이웃과 외로운 청소년, 그리고 지역사회를 위해 헌신했다. 번듯한 직함이나 요란한 선언 없이, 한약방 수익의 대부분을 남몰래 장학금과 구호 활동에 썼다. 그는 생계를 유지하는 한편, 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고, 힘든 이웃을 위해 물품을 나르며 발로 뛰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그는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선한 일을 이어갔다. 권위를 휘두르지 않고 삶의 태도로 주변을 이끌었다.
넷플릭스 [어른 김장하]
다큐멘터리를 보는 내내 울컥하는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그를 기억하는 이들은 하나같이 "닮고 싶지만, 도저히 닮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김장하는 화려한 수식어나 직위가 아니라, 그저 조용히 살아낸 삶 자체로 사람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그가 남긴 영향력은 단순한 감동을 넘어섰다. 그는 요란하게 외치지 않고 조용히 지역사회를 변화시켰고, 우리 사회를 조금 더 따뜻한 곳으로 이끌어냈다. 그의 삶을 지켜보면서 문득, MIT 슬론스쿨 MBA 입시 에세이의 첫 질문이 떠올랐다. "당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발휘했던 경험을 이야기하라." 세계 최고 경영대학이 가장 먼저 '영향력'을 묻는 이유가 무엇일지, 그때 오래 고민했던 기억이 있다.
헨리 블랙커비는 『Spiritual Leadership』에서 "리더십의 핵심은 영향력이다. 리더십은 '존재'로 시작해서, '행동'으로 완성된다"고 말했다. 리더십은 직위로 시작할 수 있다. 그러나 영향력은 직위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리더는 권한으로 명령할 수 있지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권한이 아니다. 진짜 영향력은 구성원 스스로 ‘닮고 싶다’고 느끼게 만드는 데서 비롯된다.
'인간 김장하'는 스스로 닮고 싶다고 느끼게 만드는 어른이었다. 장학금으로 도움을 받아 성공한 이가 밥 한 끼라도 사고 싶다고 하자, 그는 조용히 "줬으면 그만이지. 혹시 갚으려거든 나에게 갚지 말고, 이 사회에 갚아라"고 말했다. 그 한마디에 그의 철학과 삶의 태도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리더는 단순히 목표를 달성하는 존재를 넘어,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삶의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 존경하고 싶은 존재, 믿고 따르고 싶은 존재로 서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말이나 슬로건으로 설명할 수 없다. 결국 '어떻게 사는가'가 '어떻게 이끄는가'를 결정한다.
리더십은 타인의 삶에 작은 떨림을 일으키는 일이다. 그 떨림이 모여 결국 세상을 조금 더 좋은 방향으로 바꾼다. 그의 표현처럼, 사부작사부작, 꼼지락꼼지락 걸어온 작은 걸음들이 쌓여, 김장하는 누구보다 강한 영향력을 가진 리더가 되었다. 그의 삶을 본 젊은이들은 스스로 마음속에 다짐했다. 나도 저런 어른이 되고 싶다고.
그 다큐멘터리를 본 뒤, 오래 전 한 후배가 내게 보냈던 편지가 떠올랐다. "형님 이후로 많은 리더분들을 모셔왔지만, 형님은 약간 종교적인 무엇인가가 있는 것 같아요. 제가 후배들과 이야기할 때마다, 저도 모르게 형님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직접 가르치지 않으셨지만, 형님이 보여주신 당당함과 떳떳함이 제 안에 습관처럼 남았습니다." 나는 그 편지를 읽고 한참 동안 가만히 있었다. 리더십은 말로 가르칠 수 없다는 것을, 존재로 남겨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